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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소개

학장 인사말

   안녕하십니까. 연세대학교 문과대학장 김현철(金鉉哲)입니다.

 

    위당관과 외솔관을 드나들 때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인물의 흉상이 있습니다. 위당 정인보 선생과 외솔 최현배 선생의 흉상이지요. 고즈넉하게 비가 내리는 가을날에도, 하얀 눈이 펄펄 날리는 겨울날에도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두 분의 흉상 앞을 지나다닙니다. 예전에는 그냥 인문관으로 불렸던 그 두 개의 건물에 두 분의 호(號)를 붙인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연세대학교 문과대학의 전신은 연희전문학교(延禧專門學校) 문학원(文學院)입니다. 1915년에 연희전문이 탄생하면서 그 중심에 문과대학이 있었습니다. 윤동주 시인은 말할 것도 없고, 일제 강점기에 우리 문과대학의 교수와 학생들은 많은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물론 연희전문학교가 연세대학교로 확장되면서 학교와 지역 사회에 공헌했던 많은 선학과 선배들이 계십니다만, 우리 문과대학의 가장 빛나던 시절을 꼽아본다면 아마도 엄혹한 일제 강점기, 연희전문학교 문학원 시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질적인 것이 모든 가치의 중심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지금, 그 시절을 ‘가장 빛나던 시절’이라고 말하는 것은 물론 1920년대와 30년대라는 그 시대를 저항하며 살아냈던 연희전문 구성원들의 치열했던 삶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그 시절의 그분들이 이루어냈던 학문적 성과가 매우 높았기 때문이며, 또한 그것이 현실과 유리된 채 상아탑 안에만 갇혀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경제적으로 궁핍했던 시대였지만 그분들은 묵묵하게 그러나 치열하게, 최선을 다해 그 시대를 살아냈습니다.

 

    그 시절과 비교해볼 때 우리는 상대적으로 좋은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문에 대한 우리의 열정이나 연구 성과, 지역 사회에의 공헌 등이 “백 년 전의 그 시절보다 나은가”라는 질문에는 선뜻 답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시대가 변했습니다. 연희전문 시절과 지금은 시대 상황이나 사회 환경이 달라졌기에 단순비교는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은 있게 마련이지요.

 

    ‘정신적 가치’가 바로 그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人文學)의 위기를 말하고 있고, “문송(文悚)합니다”라는 자조적인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쓰이는 이 시대에, 우리 역시 무기력하게 그 말에 공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문과라서 죄송할 필요는 없는 세상인데도 말입니다. 더욱이 이제는 인문학에 길을 묻고 가야할 것들이 너무도 많은 세상입니다.

 

    지금 모두가 ‘4차 산업혁명’을 말하고, AI 시대와 초연결사회의 도래를 말합니다. 이러한 시대에 인문학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회의(懷疑) 섞인 얘기를 하기도 합니다. 우리 내부에도 그러한 의심은 존재합니다. 하지만 급속한 시대의 변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여전히 인문학이라는 사실을 믿습니다. 아무리 물질적 가치가 우위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시대라고 해도 우리 문과대학에는 해마다 여전히 많은 인재가 입학하고 있고, 그 가치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연구자들이 시대의 변화에 호응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만들어 내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 문과대학의 모든 구성원은 사회변화의 중심에 ‘우리’가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도 좋을 것입니다.

 

    내적으로는 학문적 치열함으로 무장하고, 외적으로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대중과 소통하며 우리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정신적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매일 우리를 바라보며 건물 앞에 서 계시는 선학에게 부끄럽지 않은 후학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학문적 깊이와 대중적 소통, 그것은 두 개의 다른 길이 아니라 하나의 길입니다.

 

    연세대학교 문과대학 식구 여러분, 그리고 연세대학교 문과대학을 방문하시는 방문자 여러분, 모두 하나의 길을 향해 매진합시다. 여러분의 건승과 건필을 기원드립니다.

 

 

                                                                                                                                                                                                                                 2020년 2월 1일

김현철  드림